성공한 사례만 보면 세상이 쉬워 보인다
서점에 가면 성공한 창업자의 자서전이 줄지어 있다. 읽다 보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들이 빠뜨린 게 있다. 비슷한 전략, 비슷한 열정, 비슷한 타이밍으로 시작했지만 망한 수천 명의 이야기다. 그 사람들의 책은 출판되지 않는다. 생존자만 무대에 올라오기 때문에, 무대에서 보이는 풍경은 현실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게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다.
이 편향의 핵심 문제는 데이터 자체가 왜곡된다는 점이다. 분석의 대상이 되는 표본에서 실패 사례가 통째로 빠져 있으면, 아무리 정교한 분석을 해도 결론이 틀어진다. 분석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입력값의 문제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이 이 편향에 정확히 빠질 뻔한 사례가 있다. 귀환한 폭격기에 총탄 자국이 집중된 부위를 보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통계학자 에이브러햄 월드가 반박했다. ‘돌아온 비행기에 탄 자국이 많다는 건, 거기 맞아도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탄 자국이 없는 부위가 진짜 치명적인 곳이다. 거기 맞은 비행기는 돌아오지 못했으니까.’ 이 뒤집힌 추론이 생존자 편향의 교과서적 예시로 남아 있다.
투자에서 생존자 편향이 작동하는 방식
펀드 수익률 비교 사이트에서 ‘최근 5년 상위 펀드’를 보면 인상적인 숫자들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5년 사이에 성과가 나빠서 청산된 펀드가 빠져 있다. 살아남은 펀드만 비교하니까 업계 전체 수익률이 실제보다 높아 보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뮤추얼 펀드 시장에서 15년 동안 살아남은 펀드의 평균 수익률과 청산된 펀드까지 포함한 수익률 사이에 연 1.5%p 이상의 차이가 났다. 15년 누적이면 꽤 큰 금액 차이다.
NCBI에 등재된 연구 논문들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데,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이 생존자 편향의 학술판이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연구만 출판되고, 효과가 없다는 결과는 서랍에 처박힌다. 특정 약의 효능 연구에서 긍정적 결과만 논문으로 나오면, 메타분석을 해도 효과가 과대 추정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강남에 집 샀더니 두 배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같은 시기에 지방 소도시에서 집값이 반 토막 난 이야기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 성공 스토리의 전파 속도가 실패 스토리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시장 전체의 수익률 분포가 실제보다 오른쪽으로 치우쳐 보인다.
사라진 데이터를 의식하는 습관
생존자 편향을 교정하는 핵심은 ‘안 보이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질문이 도움이 된다.
첫째, ‘이 데이터에서 빠진 것은 무엇인가.’ 성공 사례를 분석할 때 같은 조건에서 실패한 사례를 일부러 찾아본다. 그래야 성공 요인이 진짜 요인인지 우연인지 구분할 수 있다. 창업 성공 스토리를 읽었으면, 같은 업종에서 같은 해에 폐업한 기업 수를 검색해보는 식이다.
둘째, ‘이 표본이 전체를 대표하는가.’ 통계적 유의성과 실제 유의성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으면, 생존자만으로 구성된 표본이 얼마나 왜곡된 결론을 만드는지 감이 온다. 살아남은 기업 열 곳의 공통점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남’이라 해도, 망한 기업 백 곳도 똑같이 아침 6시에 일어났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묘지를 떠올려라
나심 탈레브는 이걸 ‘침묵하는 증거(silent evidence)’라고 불렀다. 카지노는 잭팟 당첨자 사진을 로비에 걸지만, 돈을 잃고 돌아간 수만 명의 사진은 걸지 않는다. 유튜브에는 전업 트레이더의 성공 브이로그가 넘치지만, 같은 시도를 하다 생활비를 날린 사람은 채널을 삭제한다. 성공 전략 세미나에서 강단에 오르는 사람은 살아남은 사람뿐이고, 같은 전략을 쓰다 사라진 사람들은 청중석에도 없다. 무대 위의 사람이 보여주는 세계와 무대 뒤에 숨은 세계를 동시에 보는 습관이, 생존자 편향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방어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