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 편향이 수익률을 깎는 구조

자기 판단에 대한 과신이 만드는 사각지대

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나일 강의 길이가 몇 km인지 90% 확신하는 범위를 적어보라. 대부분의 사람은 범위를 좁게 잡는다. 실제 답(6,650km)이 그 범위 바깥에 있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90% 확신한다’고 말했는데 맞힐 확률이 절반도 안 된다. 이게 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과신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자기 지식의 정확도를 과대 추정하는 것. 둘째, 자기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믿는 것. 셋째, 미래 예측의 정밀도를 실제보다 높게 잡는 것. 세 형태 모두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자원을 배분하게 만든다.

과신이 가장 비싸게 먹히는 영역

스타트업 창업자의 93%가 자기 사업의 성공 확률을 업계 평균보다 높다고 믿는다는 조사가 있다. 수학적으로 93%가 평균 이상일 수는 없다. 이 과신이 없으면 창업 자체를 안 했을 수도 있으니 긍정적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실패 대비를 소홀히 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더 크다. 충분한 비상 자금 없이 시작하거나, 계획 B를 안 만들거나, 시장 반응이 나쁠 때 방향 전환이 늦어지는 게 전부 과신에서 비롯된다.

운전도 마찬가지다. 운전자의 80% 이상이 자기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한다는 설문 결과가 있다. 이 숫자는 국가와 연도를 바꿔가며 반복 조사해도 비슷하게 나온다. 자기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게 인간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데이터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 투자자들이 매매를 자주 할수록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의 연구에서 매매 빈도 상위 20% 투자자의 연간 수익률이 하위 20%보다 7%p 가까이 낮았다. 자주 사고파는 건 자기 타이밍 판단에 대한 과신의 직접적 결과다.

모니터에 표시된 분석 대시보드

보정하는 법: 넓게 잡고 기록하기

과신을 교정하는 첫 단계는 자기 예측의 정확도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번 분기 매출이 얼마일 것이다’라고 예측했으면, 분기 끝에 실제 수치와 비교한다. 이걸 몇 분기만 반복하면 자기 예측이 얼마나 빗나가는지 패턴이 보인다. 대부분은 자기 예측이 생각보다 훨씬 부정확하다는 걸 발견한다. 이 발견 자체가 교정의 시작이다.

Nature에 실린 기사에서도 다루고 있듯이, 예측 대회에서 일관되게 좋은 성적을 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예측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을 꾸준히 수정하는 것’이다. 슈퍼포캐스터라 불리는 이 그룹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자기 예측을 조금씩 업데이트한다. 한번 내린 판단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이들의 핵심 기술이다.

불확실성을 폭으로 표현하기

숫자 하나로 예측하는 습관을 버리는 것도 효과적이다. ‘매출이 2억일 것이다’ 대신 ‘매출이 1억 5천에서 2억 8천 사이일 것이다’로 범위를 잡는다. 범위가 넓다고 느껴지면 그게 현실에 가까운 거다. 좁게 잡는 게 정밀한 게 아니라 과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의 의사결정 이론 항목에서도 불확실성하에서의 합리적 선택을 다루는데, 핵심 원칙은 같다. 자기가 모르는 영역의 크기를 정확히 인식하는 사람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 ‘모른다’를 인정하는 건 무능이 아니라 보정 능력의 전제 조건이다.

겸손이 수익률이 되는 구간

과신 편향에 대한 가장 실용적인 대응은 ‘내가 틀릴 확률은 항상 내 체감보다 높다’를 기본 전제로 까는 것이다. 이 전제 위에서 결정하면 포지션 크기가 적정해지고, 분산이 자연스러워지고, 손절 기준이 생긴다. 기대값과 실제 결과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면, 과신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장기 수익이 개선되는 이유가 수학적으로 설명된다. 개별 판단의 적중률을 높이는 것보다, 빗나갈 때의 피해를 줄이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